홈페이지
예쁜 홈페이지가 팔지 못하는 이유
14년간 중견기업 마케팅 현장에 있으면서, 홈페이지 리뉴얼을 여러 번 지켜보고 직접 참여도 했습니다. 패턴은 늘 비슷했습니다. 오픈하는 날은 다들 만족합니다. 새 디자인을 돌려보며 "훨씬 낫다"는 말이 오갑니다.
그리고 석 달 뒤, 문의가 얼마나 늘었는지 물어보면 회의실이 조용해집니다.
사실 그 질문을 하는 사람 자체가 없습니다. 홈페이지는 "만드는 것"이 목표였지, "파는 것"이 목표였던 적이 없으니까요.
예쁘다는 목표에는 도착지가 없다
방문자는 구경하러 오지 않습니다. 질문을 들고 옵니다.
"이 회사, 믿을 만한가." "내 문제를 해결해 본 적이 있나." "얼마인가." "어떻게 연락하나."
예쁜 홈페이지는 이 질문에 답하는 대신, 회사가 하고 싶은 말을 합니다. 연혁, 비전, 인사말. 방문자의 질문과 회사의 대답이 서로 스쳐 지나가는 겁니다. 화면이 아무리 세련돼도, 질문에 답이 없으면 방문자는 뒤로가기를 누릅니다.
아무도 하지 않는 회의
외주 프로세스를 옆에서 보면 더 분명해집니다. 시안 색깔을 두고는 몇 주씩 회의를 합니다. 그런데 "문의가 들어오면 누가, 언제, 어떻게 답하는가"는 회의 안건에 한 번도 올라오지 않습니다.
만들고, 오픈하고, 끝. 그 광고가 실제로 얼마를 벌어다 주는지, 다음 문의가 어디로 가는지는 아무도 추적하지 않습니다. 회사는 껍데기를 샀고, 알맹이는 비어 있는 채로 운영이 시작됩니다.
제가 2019년에 직접 만드는 일을 시작한 이유가 이것이었습니다.
파는 홈페이지의 세 가지
지금까지 만들고 운영해 본 결론은 단순합니다. 파는 홈페이지는 세 가지가 다릅니다.
첫째, 방문자가 할 행동이 딱 하나로 정해져 있습니다. 전화든 문의폼이든 예약이든, 모든 페이지가 그 행동 하나를 향해 정리돼 있습니다. 행동이 세 개면 없는 것과 같습니다.
둘째, 말이 아니라 증거를 보여줍니다. "최고의 품질" 같은 문장은 아무도 믿지 않습니다. 실제 작업물, 실제 숫자, 실제 후기가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합니다.
셋째, 문의가 흐르는 길이 설계돼 있습니다. 문의가 들어오면 어디에 쌓이고, 누구에게 알림이 가고, 몇 시간 안에 답하는지. 화면 뒤의 이 구조가 사실 절반 이상입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따로 정리하겠습니다.
예쁜 건 기본값입니다
오해는 마시길. 저도 예쁘게 만듭니다. 다만 순서가 다를 뿐입니다. 예쁜 건 기본값이고, 파는 건 구조입니다. 구조 없이 예쁘기만 한 홈페이지는, 간판만 바꾼 가게와 같습니다.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남긴다. 이 사이트도 그렇게 만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