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M·자동화
홈페이지보다 먼저 정해야 하는 것, 문의가 흐르는 길
"문의하기 페이지 좀 예쁘게 만들어 주세요."
이렇게 시작하는 대화에서, 저는 폼 디자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꼭 묻는 게 있습니다.
"지금 들어오는 문의는 어디로 갑니까?"
대답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대표 메일함이요. 그럼 다시 묻습니다. 그 메일함, 누가 언제 확인하나요. 스팸함에 들어간 문의는요. 답장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담당자가 바뀌면요.
여기서부터 조용해지면, 문제는 폼 디자인이 아닙니다.
화면보다 데이터 흐름이 먼저입니다
문의 폼 하나를 만들 때도, 화면을 그리기 전에 정해야 할 게 네 가지 있습니다.
첫째, 어디에 쌓이는가. 메일은 알림이지 저장소가 아닙니다. 문의는 데이터베이스에 먼저 기록으로 남아야 합니다. 메일이 유실돼도 문의는 남아 있어야 하니까요.
둘째, 누구에게 언제 알림이 가는가. 문의가 들어온 지 3일 뒤에 발견되면, 그 고객은 이미 다른 업체와 계약했습니다. 알림 받을 사람과 시점을 정하지 않은 문의 폼은 우편함 없는 대문과 같습니다.
셋째, 얼마 만에 답하는가. 기준이 없으면 "나중에"가 되고, 나중은 오지 않습니다. 24시간이든 반나절이든, 숫자로 정해서 안내 문구에 적어두면 그게 약속이 됩니다.
넷째, 답한 다음은 어떻게 되는가. 답장했는지, 상담으로 이어졌는지, 계약이 됐는지. 이걸 기록하지 않으면 어떤 채널이 돈이 되는지 영영 알 수 없습니다.
제 사이트는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이 사이트의 문의 폼도 같은 순서로 만들었습니다. 폼 화면은 마지막이었습니다.
먼저 정한 건 흐름입니다. 방문자가 제출을 누르면, 문의는 서버 데이터베이스에 먼저 저장됩니다. 그다음에 제 메일로 알림이 발송됩니다. 순서가 중요합니다. 메일 발송이 실패해도 문의는 서버에 남아 있고, 사이트를 업데이트할 때마다 메일이 실패한 문의가 몇 건인지 자동으로 확인합니다.
폼을 연 날, 테스트 메일의 원본을 열어 봤습니다. 메일은 잘 도착했는데, 보낸 도메인을 확인하는 서명 검사(DKIM)가 실패로 나와 있었습니다. 지금은 받은편지함에 들어와도, 메일 서비스가 기준을 조이는 날 스팸함으로 갈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메일 왔네" 하고 확인을 멈췄다면 몰랐을 일입니다.
내 홈페이지 점검용 네 줄
지금 운영 중인 홈페이지가 있다면, 네 가지만 확인해 보세요.
- 문의가 메일함 말고 다른 곳에도 기록되는가
- 문의가 들어오면 몇 분 안에 알림을 받는가
- 며칠 안에 답한다는 기준이 있고, 그걸 고객에게 알리는가
- 지난달 문의가 몇 건이었고 그중 몇 건이 계약이 됐는지 바로 말할 수 있는가
네 개 중 두 개 이상 "아니오"라면, 홈페이지를 새로 만들 때가 아니라 흐름을 먼저 고칠 때입니다.
폼은 30분이면 만듭니다. 흐름을 정하는 게 진짜 일입니다. 그리고 흐름이 정해지면, 화면은 자연스럽게 따라 나옵니다.